대기실

가을이 아프다

고향 길 2018. 11. 14.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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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아프다

시/이룻:


가을이 아프다

그냥 자꾸 아프다

살랑대며 헤프게 웃어대던 잎들

떠돌던 바람과 눈맞아 

어디론가 떠나고


힘겹게 매달렸던

마지막 잎새 그마저

낙화(落花) 그 화려한 몸짓으로

흙과 몸을 섞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가을이 아프다

정지된 고요

공복(空腹)처럼 허전한 빈자리

발갛게 황홀했던 순간은

재(災)만큼이나 캄캄해지는구나


가을이 아프다

반드시 떠나야 한다는

무지(無知)를 몰아낼 수 없는 한

해마다 아프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