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꿈 꾸는 나무 / 김동규 - HG.Park
고향 길
2019. 3. 10. 07:08
꿈 꾸는 나무
김동규

사람을 닮았다.정물처럼 늘 그자리에 서 있는 나무.섣불리 고민 하거나
촐랑대지 않고,군소리 하지 않고,제 발을 뻗을 자리나 위치를 탐하지 않
는 나무.나는 사람같은 나무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즁략~~~
작품에 몰입해 있다 화가와 이야기하려 할때 나는 돌연 감전된 듯한
짜릿한 충격을 받았다.못 볼것을 보았거나 보지 않아야 할 걸 본 것처럼,
그것은 마치 새로운 발견처럼,누전의 스파크처럼 가슴을 압박했다.
화가는 양 팔이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그림을 그렸을까!소매 끝에 드러
난 의수를 발견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이었다.
그것은 실로 가슴을 울리는 파문이었다.그림속의 나무는 제각기 사람의
팔이요,잎은 모두가 아름다운 손이었다.낙옆송도 야자수도 사람의 팔과
손이다.봄꽃나무도 단풍나무도 손 모양으로 피고 물들었다.팔이 뻗힌 나
무가지,손들이 자아내는 나뭇잎들은 동화 같은 숲을 이룬다.
문득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예술은 결코 자기 자신 이외의 것을 표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중략~~~
넋을 놓고 그림속에 빠져 든다.시나브로 숱한 사람들의 손이 그림 위에
겹쳐진다.무엇인가를 만들거나 부수기도 하고 의사를 표현하고 신호를
펴시하는 손!.과연 나의 손은 제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며 또한 온전한가.
내 손으로 화가에게 손을 만들어 주고 싶다.나는 그림 앞에서 꿈을 꾸고
있다.화가의 자화상 같은 나무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