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 정경희 ( Fm HG.Park )
어느 시인의 말처럼 못 다한 말들이 모두 꽃이되고 초록잎이 된 걸까?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교훈을 보낸다.우리가 준 것도 없는데,우리에게 당하면서
도 묵묵히 하나하나 가르침을 준다.내가 하고싶은 말,남에게 들어야 할 충고
들이 풀 한 포기,꽃 한 송이에 숨어 있고 나무 한 그루에깃들어 있는 걸 보면
마냥 신기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다 보면 불화가 생기고 마음에 가시가 돋을 때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탱자나무가 되어 간다.시간이 갈수록 가시는 점점 날카로워지고
섬뜩해진다.그래서 탱자나무는 과수원이나 집 울타리로 많이 사용된다.한 마디
로 정이 가지않는 나무다.그러나 탱자나무에도 아름다운 마음이 숨어 있다.가시
돋친 탱자나무에게도 봄은 온다.탱자나무는 흰 꽃이 백미다.고샅길에 하얗게 핀
탱자꽅을 보면 마음이 환해진다.가시 때문에 주춤 물러서던 마음이 "어머나!" 감
탄하며 다가서게 된다.===중약===
어느날 문득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다가 깜짝 놀랐다.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무척 시끄러웠다.자세히 보니 탱자나무 가시 사이에서 수십 마리의 참새들이 재잘
대고 있었다.얽히고설킨 가시 속에서 참새들은 마냥 즐거워했다.날개가 다치지 않
을까,발목에찔려 피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염려는 아랑곳 하지 않고 노는 모
습 들이 앙증맞았다.===중약===
나는 탱자나무처럼 살고 싶다.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삶,자신을 낮추고 남도 배려
하는 나무.마음 가득 가시를 품으면서도 응큼하게 들어내지 않고 뒤돌아서서 어느
날 갑자기 등을 공격하는 비겁한 삶보다는 당당하다.===중약===
나는 좁아진 가슴에 한 그루에 여린 탱자나무를 심는다.희디흰 탱자꽃 가득 피어
밝아진 오월의 오솔길,달빛 안고 이슬 머금은 마음들이 거니는 그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