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탱자나무 / 정경희 ( Fm HG.Park )

고향 길 2020. 7. 29. 07:10

어느 시인의 말처럼 못 다한 말들이 모두 꽃이되고 초록잎이 된 걸까?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교훈을 보낸다.우리가 준 것도 없는데,우리에게 당하면서

도 묵묵히 하나하나 가르침을 준다.내가 하고싶은 말,남에게 들어야 할 충고

들이 풀 한 포기,꽃 한 송이에 숨어 있고 나무 한 그루에깃들어 있는 걸 보면

마냥 신기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다 보면 불화가 생기고 마음에 가시가 돋을 때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탱자나무가 되어 간다.시간이 갈수록 가시는 점점 날카로워지고

섬뜩해진다.그래서 탱자나무는 과수원이나 집 울타리로 많이 사용된다.한 마디

로 정이 가지않는 나무다.그러나 탱자나무에도 아름다운 마음이 숨어 있다.가시

돋친 탱자나무에게도 봄은 온다.탱자나무는 흰 꽃이 백미다.고샅길에 하얗게 핀

탱자꽅을 보면 마음이 환해진다.가시 때문에 주춤 물러서던 마음이 "어머나!" 감

탄하며 다가서게 된다.===중약===

어느날 문득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다가 깜짝 놀랐다.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무척 시끄러웠다.자세히 보니 탱자나무 가시 사이에서 수십 마리의 참새들이 재잘

대고 있었다.얽히고설킨 가시 속에서 참새들은 마냥 즐거워했다.날개가 다치지

을까,발목에찔려 피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염려는 아랑곳 하지 않고 노는

들이 앙증맞았다.===중약===

나는 탱자나무처럼 살고 싶다.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삶,자신을 낮추고 남도 배려

는 나무.마음 가득 가시를 품으면서도 응큼하게 들어내지 않고 뒤돌아서서 어느

날 갑자기 등을 공격하는 비겁한 삶보다는 당당하다.===중약===

나는 좁아진 가슴에 한 그루에 여린 탱자나무를 심는다.희디흰 탱자꽃 가득 피어

밝아진 오월의 오솔길,달빛 안고 이슬 머금은 마음들이 거니는 그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