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그대의 자리 /김애자 (From HG.)

고향 길 2020. 9. 16. 06:28

### 그대의 자리 ###

김애자

 

찔래꽃 한 아름 안겨주면서 사랑을 고백했덤 남자.그는 고향에서 텅 비어버린

마음을 채우듯,푸르름과 희망을 이양기로 총총히 채워가고 있다.

새벽에 걸려 오는 전화벨 소리는 우리 내외를 늘 긴장시킨다.아번님 걱정과 한

숨이 전화기 속에서 내게로 전해진다.늘 도움을 주시던 육촌 아주번님의 입원

소식과 모내기 걱정,이번 주말도 어김없이 시골로 호출하신다.

작년까지 소작을 주셨던 논을 금년부터는 농사를 다시 지으신다는 말씀에 자식

들 모두 반대하였지만,소작인이 가저온 현미를 보고 결심을 굳히셨다 하신다.아

번님 힘에 부치시지 않게 조그만한 것 한 마지기먼 하시라고 허였지만 시늉은 마

찬가지라면서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이모작도 아닌 못자리를 두 번씩 해야 했다.연세만큼이나 고짐을 앞세웠건만 아

번님 뜻대로 되지 않았고 벌써 발아가 저조했다.모종이 한 해의 밭농사라며 아번

님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세월의 흐름과 당신의 주먹구구 농사 법은 온

난화로 인한 기온변화에 현실과 맞지 않았다.

두번째 못자리는 농촌진흥원 출신인 남편에 의하여 기온과 습도를 맞추었고 과

학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남편과 아번님은 날마다 시외전화로 상태를 파악했다.

일요일 형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아침부터 작업은 시작되었다.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노란 장화를 신고,모판에 엎드려 썩은 모판 들어다 버리기를 반복하

였고,농사를 계기로 형제들의 우애는 더욱 돈독해짐을 느낀다.

새참을 가지고 나가서,논두렁에 앉아 함께 막걸리 잔도 기울이고,음식을 먹기

전에 오래전에 어른들아 하였던것처럼 고수래도 하면서,모처럼 하는 일이라 모

두들 힘들어 한다.===중약===

그러나 세월따라 남편 따라 이제는 시골 아낙의 마음으로 가깝게 변해가고 있

다.섬섬옥수 같은 그런 손은 아니더라도 좋다.머리에 수건 쓰고 호미 들고 들로

나갈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되어 가고 있다.이번에 마늘 캐러 가서는 마늘 엮는

을 배워야겠다.

송홧가루는 물웅덩이에 자기 영역을 표시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내 남편의 영

역은 도시 생횔이 아닌 고향의 벌판이다.언제이고 고향은 그대의 자리이고.그

곁에는 내가 늘 함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