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보고 싶은 사람- / 은산 정광남
-만나보고 싶은 사람-
한 10여 년 전의 일이다. 초가을을 맞아 집사람과 강원도 속초로 해서 경상북도 영덕까지 다녀오는 2박3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안동의 도산서원을 들렸다.
도산서원은 대 유학자인 퇴계 이황이 세상을 떠난 후 제자들이 건립해 배향(配享)을 하고 있는 서원이다.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난후 휴식을 취하는 자리에 50 초중반의 인품이 점잖고 수려(秀麗)하나 어딘가 우수(憂愁)에 잠긴 여행객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여행객으로부터 “두 분이 여행을 하시는 모습이 뵙기가 좋습니다.”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 왜 함께 오시지 않고? “ 로 시작된 대화는 너무도 애절(哀切)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행객은 아내를 학창 시절에 연인으로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낳고 꿈을 꾸는 듯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온 병마(病魔)는 “여보 미안해”라는 말을 남김채 어린 애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제 그 애들이 자라서 두 애가 다 서울 Y대학 의대 재학 중, 인턴과정인 큰 아들이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더란다. 여자 아이는 어디 크게 나무랄 데가 없는 것 같아 허락을 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으나, 둥지를 떠나려는 모습에 당황스럽고 혼자가 되어가는 허전한 마음에 아내 생각에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이곳은 연애 시절은 물론 아내가 떠난 후에도 애들을 키우면서 자주 찾았다고 한다.
집사람이 재혼을 하였느냐고 물으니 아직 안했다고 한다. “처갓집에서도 재혼을 권하고 있으나 아내 생각에 결혼을 못 하겠다고” 하는 현대판 순애보(純愛)를 듣게 되었다.
그래 지금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니 대구에 있는 모 대학 교수라고 하며 아내도 교수였다고 한다. 집사람은 졸지에 인생 상담사라도 된 듯이 본인을 위해서도, 애들을 위해서도 이제는 재혼을 해야 한다“고 이유를 들어가면서 강력하게 권하며 대화가 끝날 줄을 모른다.
시간은 오후 3시에 이른다.
올라올 생각에 대화 속에 끼어들어 서둘러 대화를 끝내고 올라오면서 후회를 했다.
대학교수가 누구와 상담을 할 사람이 없어서 하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理致와 事理를 몰라서 하는 대화도 아니었을 것인데..... 다만 인생을 좀 더 먼저 살은 인생 선배와 대화가 통했을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해서, 혼자 두 아이를 키운 외로운 아버지의 마음을 달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었더라면 시간이 좀 늦어도 좋았을 것이다. 명함이라도 주고받을 것을 하고 둘이서 후회를 한 적이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재혼은 했는지? 손자 손녀는 몇이나 두었는지? 우리보다 젊은 사람이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흠모(欽慕)하고 싶은 마음에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다
사람은 살면서 때로는 힘이 들고 외로울 때가 있다. 누구로 부터 진정(眞情)어린 위로를 받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위로를 받기 위해서는 내 속내를 보이지 않고서는 마음에 와 닿는 위로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요 내 속내를 보일 수 있는 사람, 그런 상대를 맞이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 삶이란 음악 한곡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연습을 하고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과 같이 어려움이 있어 힘이 들어도 과거가 아닌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21. 9. 5 은산 정광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