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旅行이 이래서 좋다 / 은산 정 광 남.(2015-10-02)
나는 旅行이 이래서 좋다 은산 정 광 남
나는 타고난 태생이 역마살(驛馬直星)이 끼어서인지 자동차 여행을 좋아한다. 이제는 집에 며칠 있으면 좀이 쑤셔서 어디라도 길을 떠나야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정작 뚜렷이 정해진 곳도 없이 길을 나서 가다가 행선지가 정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바람 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지도 한 장에 가방하나 챙겨 나서면 된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얽매여진 직장생활에 자유의 몸이 되어 나서기 시작한 것이 단초가 되지만 집사람의 오랜 투병생활에 환경을 바꾸어 주고 싶었던 것이 이제는 집사람까지 궁합이 맞아 편하다.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이나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목적지도 중하지만 가고 오는 길에 펼쳐지는 자연경관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서 고속도로 보다 천천히 갈 수 있는 시골길을 좋아한다. 길을 가다 좋은 곳이 있으면 쉬었다 갈수도 있고 때로는 낮선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도 듣고, 때 묻지 않은 인정을 느껴 볼 수도 있어서 좋다. 운이 좋으면 그 고장의 가려진 토속음식에 어머니 장맛, 손맛도 맛 볼 수 있으니 더 더욱 좋고 지나는 길에 시골 5일장을 만나 그곳의 특산품이나 현지 생활필수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게 되면 연료비도 절약할 수 있어 좋다
일 년 사계 절중 어느 계절 어느 달 어느 날 한시도 안 좋은 때가 없다.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봄은 봄대로 새로 시작하는 생동감이 있고 땅으로부터 기를 받으니 좋고, 여름은 젊음이 있고 그 젊음을 한껏 자랑하는 여인처럼 풍만해서 좋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 풍요로움을 안겨주니 더없이 좋지 아니한가? 겨울은 온갖 가식으로 가려진 화장을 지우고 벌거숭이 순수 그 자체로 돌아온 나목(裸木)을 볼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생각해 보면 일 년 사계절이 인간 삶과 꼭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서 자라고 젊음을 구가(謳歌)하다 결실을 맺고 인생의 절정인 황혼의 아름다움을 다하면 순수한 인간 본연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행도 이제는 요령이 생긴다. 좋은 경관을 보려고 할 때, 산은 올라가는 길이 좋고, 넓게 펼쳐지는 들판은, 관망하는 쪽을 차량 왼쪽에 두고 주행하는 것이 운전이나 경관을 즐기는데 첩경이다. 그뿐 아니라 처음 가는 지역에서 입맛을 찾으려면 택시기사에게 물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고장의 특산물 구입은 축제기간을 피하는 것이 또한 좋다
나는 얼마 전 경북 문경 의성으로 해서 영덕, 후포, 백암, 구주 령을 넘어 영양군 일월산 자락의 용화, 청량산, 안동도산공원을 들려 영주, 풍기로 2박 3일의 일정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여행일정을 가진바있다 가는 길마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련만 청정지역으로 하늘은 높고 맑아 심산유곡에 펼쳐지는 울창한 숲의 푸름은 여행의 아름다움을 한껏 더해 주었으며, 간간히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에 가을배추를 심기위해 곱게 갈아 뉘 운 밭이랑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하다. 공짜로 어디서 이런 구경을 할까싶다 새삼 우리나라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일월산 자락 용화 2 리를 지나는 길에 쉼터가 좋아 차를 세우고 허리를 편다. 깨끗이 치워진 마당에서 육십 초중반 쯤 되는 아주머니가 씨앗을 고르고 있다 “그게 무엇인가” 물으니 “산 마늘(일명: 명이 잎)씨” 라고 한다. 씨앗을 골라 파종하면 4년 후에나 명이 잎 채취가 가능하다는 것과 생산과정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알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이만 오천 원에 ⌜명이 잎 피클⌟ 한통 을 사기로 하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 산수(山水) 좋은 청정지역에서 사시니 얼마나 좋으냐.” 고집사람이 물으니 “다 좋은데 사람이 그립고, 외로워서 나가 살고 싶어요. 문화 시설도 없고...” 한다. 조물주가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줄 수는 없는가 보다. 다 주면 불공평해서인가? 사람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마당 끝에 심어 놓은 도마도 오이, 자두를 따서 먹어 보란다 이것도 귀하게 심어 놓은 것인데 미안한 생각이 들어 사양하니 이것저것 손수 따서 비닐봉지에 담는다. 밭으로 가더니 배추를 한 아름안고 나오면서 “벌레는 먹었어도 농약 안준 것이니 서울서 사 먹는 것보다 좋을 것”이라며 봉지에 담는다. 젊어서 고향에 가면 어머니가 보따리 ″ 싸 주시던 모습 그대로다. 어머니 생전에 콩밭에 열무 뽑아다가 김치 담가 보리밥에 고추장 참기름 넣고 썩썩 비벼 둘러 앉자먹던 생각이 난다. 참 맛있었는데 ……. 피클 값도 이만 원만 달란다. 더 못 받아서 안달인 이 각박한 세상에...... 극구 사양을 하였으나 예의가 아니다 싶어 접었다 생각도 못해본 일이다 아주머니와 일면식도 없는 남(他人)이다. 쉬다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인 길손에게 베풀어준 아주머니의 훈훈한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 가?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조심해서 잘 가이소” 하는 아주머니의 인사말은 여행길에 또 하나의 사람 냄새를 남기며 나는 두고두고 잊지 못 할 것이다 후일 지나는 길에 꼭 들려야 할 일이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오 ...... 2015. 여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