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오후 산책 / 은산 정광남 (2016-07-11)
고교 동문 이재호 형이 2016. 6. 9일 어제 새벽 양수리 세미 원으로 출사를 해 좋은 작품을 보여주었다. 작품 한 점 한 점에서 자연의 신비함과 오묘함, 싱그러움과 청결함까지를 담아내어 가슴속의 묵은 때를 씻어 주는 것 같아 찬사를 드린다. 나는 매년 세미 원을 찾는다. 그것도 여름 비오는 날이 너무너무 좋아 작년에 써본 글을 옮긴다. 먹을거리 또한 날씨가 좋은 날에는 보쌈에 순두부, 비오는 날에는 만두전골이 제격이다 물론 동동주나 소주가 없이 무순 맛이랴 벗님들이시어 날 잡아 나들이 한번 하시구려!
비 오는 날의 오후 산책 은산 정 광 남
가끔은 답답하고 무료 할 때가 있어 어디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가있다 더욱이 오늘처럼 비가오고 후덕지근한 날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작 나가려고 하면 그리 마땅하게 떠오르는데 가없다 괜히 나갔다가 길이나 막혀 고생이나 하지 않을까 밥 한 끼 먹으러 들어갔다가 먹지도 못하고 돈만 내고 나오는 것은 아닐는지? 바람도 쏘이고, 집 사람 기분도 좀 풀어 줄만한 곳으로 어디 가볼만한 데가 없을까? “장자(莊子)구절에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 “는 뜻이 담겼다는 양수리 “ 물 과 연꽃의 세미원 ” 으로 가세요! 비 오는 날 오후! 딱히 정해놓은 곳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 88도로로 해서 미사리로 팔당 대교를 건너 양평 방향으로 향하던 중 언젠가 무심코 지나친 양수리 연꽃 밭(池)이 생각나 양수리 어귀로 들어서니 양수리 다리 밑 습지를 “세미원” 이라는 이름으로 연(蓮) 밭을 조성하여 연꽃축제로 길벗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 에게나 후회 없이 이곳을 권해드리고 싶다. 비 오는 날의 오후면 더욱이나 좋다 팔당 대교를 건너 우측에 구(舊) 길로 들어서면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길옆에 피어있는 들꽃과 더불어 차창을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은 드라이브 하는 맛을 한껏 더해주었고 그 길을 돌아 다산 정약용 유적지를 지나 언덕을 넘어서면 양수리 두 물 머리에 펼쳐지는 시원한 강변은 답답했던 가슴을 쓸어 내려 주었다 이 길을 가끔은 지나면서도 비 오는 날의 운치(韻致)는 더 할 수 없는 새로운 맛을 안겨 주었고 강 건너 능선에 걸쳐 있는 운무(雲霧)는 신선(神仙)이 그린 한 폭의 그림이요 대 자연의 섭리(攝理)를 자아내고 있으니 그 정감을 감히 무디고 여린 감성의 글로 어이 담아 낼 수 있을까 보냐. 연꽃 ! “연(수련 꽃)은 진흙탕 연못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잎과 꽃을 유지하여 청결하고 고결해 군자(君子)를 칭하는 식물이다 ” (離諸染汚 處染常淨 本體淸淨) 라고 하였다. 수만 송이의 백연, 홍련 을 비롯하여 다양한 연꽃이 뽐내는 자태는 순결 그자체이기에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으며, 청록을 자랑하는 연꽃잎은 수정 같은 빗물을 담았다가는 넘친다 싶으면 덜어내고 채웠다 싶으면 버리고 욕심을 내지 않으니 과(過) 할리 없고 몸 상할 리 없다. 한낱 연꽃잎 하나에도 삶에 이치가 담겨 있음을 보면서도 우매한 나는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말로만 행하고 있으니 항상 나 일수밖에 없는가 보다.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어 본다. 이곳저곳 두루 살펴 연꽃에 취하고 나니 한 시가 훨쩍 넘어 서 시장기가 든다. 경내를 비롯하여 양수리 인근에는 먹을거리도 좋다 팔당 대교를 건너 구길 로 가다보면 좌우측에 비교적 깔끔한 음식점이 여러 곳이 있다 팔당대교에서 다산 정약용 유적지를 지나 가다보면 좌측 순두부 집에 보쌈에다 콩비지가 먹을 만하다 오늘은 양수리 대교를 다시건너 우회전 하여 대성리 방향으로 직진 수종사 입구를 지나 좀 올라 가다보면 좌측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주 들렸다는 “000”에 들러 만두전골이나 빈대떡에 소주한잔 기우려 보자 그 맛이 그리 섭섭하지 않을 진데 대작할 벗이나 한사람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 가보냐 벗님들이시어! 후일 마나님 모시고 다녀오시는 길에 좋았다는 말씀이 있으시거든 시침이 떼지 마시고 기 행료(紀行料) 로 소주나 한잔 사시구려― 세월은 어느새 반백을 넘어 칠월중순 고추잠자리가 맴을 돕니다. 돌아오시는 길에는 마나님 손이나 꼭 잡아주시구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