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山 鄭光男 에세이

丁酉年 한해를 보내면서 / 은산 정광남 (2017-12-30)

고향 길 2018. 8. 25. 07:45

은산이 보낸 메일을 읽다 보니 그 내용이 바로 우리들 이야기다.

생활을 관조하고 깊은 사유로 걸러내어 맛 있게 비저내는 글 솜씨가 탁월한것이

우리와 다를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하고싶은 아야길을 대신해 주는 글이라 망서림

없이 친구들에게 회람하도록 내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메일로 돌리려고 한다.



丁酉年 한해를 보내면서

 

며칠 후면 한해가 저문다.

새해를 맞이한 제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해가 훌쩍 지나가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

나라 안-팎으로도 정치 사회 경제 국방 외교 까지 어느 것 하나 편안한 날이 없었던 한해다.

나 또한 하는 것도 없이 마음과 몸은 항상 바빴으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은 없다. 무엇인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세면대 거울에 비추어진 얼굴 지난 삶을 살아온 인생 계급장 나이를 먹어서 일가? 일 년 사이에 많이 달라져 가는 모습이다. 그뿐이 아니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삐걱대는 소리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식들은 나가 살고 늙은이 둘이서 산다. 밥해 먹는 것도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고 귀찮아서 대부분 나가 사먹지만 맛이라고는 없다

우리 세대는 부모가 늙으면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당연지사 이었으나 이제는 먼 나라 꿈같은 이야기다. 자식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자식들은 자식대로 바쁘게 산다.

그래도 자식들이 애들 데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안위(安慰)를 삼고 마누라 영감하며 서로 의지해서 손 붙잡고 살아야한다. 이제는 마음으로 살지 말고 몸으로 살라는 이야기를 귀에 달고 살아야 할 나이다. 창가에 나뭇잎이 하나 마지막 잎사귀 인양 떨어져 날린다. 식물학자에게 들은 이야기로 나뭇잎은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잎이 떨어질 자리에 보호막()을 설치하기 시작하여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었을 때 잎을 떨구어 겨울을 난다고 한다. 식물이면서도 이 얼마나 지혜로운 일인가, 나는 과연 늙은이가 될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어있는가? 준비가 되기도 전에 나를 스스로 체념(諦念)하고 나태(懶怠)하고 서둘러 노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일 년을 돌이켜 보면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날이 그날로 편안한 것만을 추구(追求)해 온 것은 아닌가? 일전에 집 주변에 있는 공원을 걷고 있던 중 어림잡아 한 육십 중반을 넘어선 여자 분이 앞치마를 친 채로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걷는 모습을 보고 집 사람에게 물으니 이 근처에서 자그마한 음식점을 하면서 시간을 내어 나오는 분으로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3남매를 혼자 키워, 딸은 스위스까지 유학을 보내고 시집 장가 다 보내 분가 시키고 먹고 사는데 걱정은 없으나 혼자 있으면 잡념만 생겨 나와 일을 한다고 한단다. 얼굴 표정이나 열정으로 보아 거짓은 아닌 듯싶다. 사실여부를 떠나 그 나이에 일을 한다는 열정과 자긍심, 꾸김살 없는 당당함에 찬사를 보낸다. 무순 일을 하던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긍심이야 말로 행복의 원천(源泉)이 아닌가 한다.

며칠 후면 무술(戊戌)년 새해를 맞이한다. 며칠 남은 시간에 한해를 돌이켜 보면서 밝아 오는 새해에는 크게 욕심 부리지 않고 작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래서 즐겁고 행복(幸福)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實踐)해 보고자 한다.

나이가 들어 노쇠(老衰)하면 아픈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한다.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저자 나카무라 진이치가 말하는 대로 노인이 어디가 안 좋은 것은 자연현상(自然現象)으로 인위적(人爲的)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 병고(病苦)도 친구 삼아 동행(同行)하라고 한다.

진정한 노인(老人), 노인다운 노인이 되도록 노력하자. 그래서 멋과 향기(香氣)를 풍기는 늙은이가 되도록 다짐을 해본다.

1940년생 은산 정광남 씀

                                                                         

[배경음악: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