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 오신 손님 (2011-11-06)
신병철 사장 가족을 수지로 초대하다 보니, 인천에서 부터 먼걸음 하게 되여 여간 미안한게 아니다. 12시45분에 E-Mart 에서 만나 예약해둔 한정식 " 미젠 "으로 달렸다. 2개월 전인가, 염치 없이 점심식사 대접에 중국 3대 명주에 속하는 五粮液 선물도 받은 터라 술은 집에 있던 윈저 17년 위스키를 가지고 나갔다. 그런데 또 큰 선물을 받았다. 이번에는 중국 3대 명주에 속하는 " 水井坊 " 을 받게 된것이다. 솔직히 3~4십만원 하는 술을 돈 내고 마시기에는 백수 노땅 신세로는 만용을 부리기 전에는 불가능한게 사실이다. 아무리 중국 공장을 방문하고 오는 길에 구입을 했다고 해도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닌데...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동행한 딸님이는 미인이다. SM Town 에 한번 입사해 보면 어떠냐고 하니, 노래는 젠병이라 불가능 하다고 손서래를 친다. 의상학과를 졸업했음으로 아빠에게 의상실을 하나 열개 해달라고 조르는 중이라고 한다.
‘수정방(水井坊)’의 운명
중국 술 경영권을 영국에 넘기다니? 지난 해 말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술 모태주(茅台酒)의 생산지인 귀주성 모태진 당국이 술맛을 지키기 위해서 주민 1만 6000명을 다른 곳에 이주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술 공장 주변의 인구가 너무 많아 물 부족과 토양 오염 등으로 모태주의 생산과 품질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중국이 수정방을 영국 회사에 팔아버렸으니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다. 매각의 이유는 경영난 때문이라 하지만 경제대국 중국이 이 정도의 경영난을 해결할 수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수정방의 모기업은 사천성 성도(成都)의 수정가(水井街)에 있는 전흥집단(全興集團)인데 이 그룹은 전흥대곡(全興大曲)이라는 우수한 술을 생산해 왔다. 전흥대곡은 중국평주회(中國評酒會)에서 1963년, 1984년, 1989년 세 차례나 중국명주로 선정된 농향형(濃香型) 백주이다. 나도 이 술을 좋아해서 중국여행 때 눈에 띠면 한 병씩 사오곤 했다. 이 회사가 1998년 8월, 양조장 개량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지하 1m에서 거의 완벽하게 남아있는 옛 명청(明淸) 시대의 주조시설을 발견했다. 전흥그룹은 이것을 ‘진시황 병마용에 비견할 수 있는 고고학적 발굴’ ‘무자사서(無字史書)’ 즉 글자 없는 역사책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산하던 전흥대곡의 생산을 중단하고 2000년부터 수정방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신흥 귀족', 값만 비싸더니!
둘째는, 고가전략(高價戰略)이다. 수정방은 지나치게 화려한 포장을 하고 높은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500ml 한 병에 우리 돈으로 15만 원쯤 되니 대단히 비싼 값이다. 그러나 비싼 그만큼 품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값비싼 물건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수정방을 선호하지만 중국에서는 사정이 다른 모양이다. 출시된 지 10년 남짓한 ‘신흥 귀족’인데다가 맛도 전흥대곡 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고 값도 터무니없이 비싼 수정방이 중국인들에게 외면당한 것이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결국 역사가 10년 밖에 안 되고 높은 가격으로 중국인들에게 외면당하는 수정방을 외국 회사에 넘겨도 중국의 자존심에 손상이 가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만일 모태주나 노주노교특곡(瀘州老?特曲) 같은 술이라면 절대 외국에 팔지 않았을 것이다. 디아지오가 경영하는 수정방의 앞날을 지켜볼 일이다. 참고: 향에 따라 발효 향이 강한 장향형(醬香型), 향이 짙은 농향형(濃香型), 맑고 가벼운 청향형(淸香型)으로 나뉜다. 마오타이[茅台酒]는 醬香型, 우량예[五粮液]와 수정방[水井坊]은 濃香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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