祭祀를 물려주면서... / 은산 정광남 (2018-02-18)
祭祀를 물려주면서... 은산 정광남
며칠 후면 음력 초하루 설날이 다가온다. 예년 같으면 설 준비를 하기위해 집사람과 같이 시장을 다녀와도 몇 번을 다녀왔을 터인데 금년에는 시장 갈일이 없다보니 몸은 편한데 마음은 어딘가 허전하고 쓸쓸하고 죄를 짓는 것처럼 마음이 가볍지가 안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30여년을 명절을 포함하여 조상님들의 기제사(忌祭祠)를 모셔오면서 명절에는 애들이 전날 손자손녀를 데리고 와 자면서 차례(茶禮)상을 준비하여 명절을 맞이하였으나 작년부터 아들이 제사를 모시기 때문이다. 그간에 제사(祭祀)를 모시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요즈음처럼 바쁜 세상에 기제사까지 어떻게 모시느냐 날을 잡아 한날한시 또는 산소(山所)에 모여 한 번에 지낸다는 둥 많은 이야기와 권유를 받으면서도 부모님께서 조부(祖父)님 상(喪을) 당하시어 삼년을 거상(居喪)하시면서 초하루 보름에 삭망제(朔望祭)까지 올리시는 것을 보고 자란 나로서는 쉽게 받아 드릴 수 없는 일이었으며 제사를 모시는 것이 어렵고 힘이 드는 이면(裏面)에 가족의 화목(和睦)이나 자라나는 손자 손녀에게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고집스럽게도 제사를 모셔 왔으며 살아생전에는 내가 모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사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집사람이 생각지도 않은 지병(持病)을 얻어 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되고, 나 역시 건강이 예전 같지가 않아 제사를 모시는 일이 한계에 부딪쳐 고민을 하던 중 기제사가 닥아 오는 어느 날 아들 내외가 오더니 제사를 저희들이 모셔 가겠다고 한다. 아마도 늙은 부모가 제사를 모시는 모습이 보기에 힘들어 보였던 모양이다 의외의 제안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였으나 조상님께 죄를 짓는 마음도 들고 애들을 키우며 직장생활까지 하는 며느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인생을 다 살은 것 같은 형언 할 수 없는 허무감(虛無感)이 교차해 즉답을 못하고 다가온 기제사를 모셨으나 역시 역부족(力不足)이다 어쩔 수 없이 제사를 물려주기 로 하고 고유제(告由祭)까지 지내었으나 한창 사회생활에 바쁜 애들에게 짐을 지워주는 안쓰러운 마음과 허전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는 집사람의 미련으로 또 이번 제사 까지만 모시자 하고 제사 준비를 하던 중 아들이 와서 제기물품(祭器物品)을 아주 가지고 가는 바람에 조상님의 제사를 모시는 일은 여기서 끝이 나고 말았다. 살아생전 조상님께 도리(道理)를 다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과 부모로서의 영역(領域)이 하나둘 작아지는 허전함은 집사람 못지않게 지울 길이 없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은 애들이 스스로 제사를 모시려 하고 짐을 지워 준 것을 미안해하는 시어머니 에게 “언제든 저희들이 모실일인데 일도 배울 겸 모셔 온 것이니 마음 편하게 하시라“는 말에 안위(安慰)를 한다. 아마도 예전에 노인들이 기력(氣力이 쇠(衰)하여 해야 할 일을 다 못하고 며느리에게 광 열세를 넘겨주는 마음이 이런 마음이 아니였을가 한다. 광 열세를 넘겨준다는 것이 곡간에 채워진 재산권을 넘겨준다는 의미 이전에 집안에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잃는 것에 대한 상실감(喪失感)이 아니였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명절에도 우리 늙은 부부는 옷을 차려입고 아들네로 차례를 지내러 갈 것이다. 아들네 집인데도 남의 집에 가는 것 같이 어설픈 것이다. 그리고 아침을 먹자말자 더 계시다가 가시라는 인사말을 뒤로 한 채로 내 집같이 편치가 않아 이내 돌아 올 것이며 “앞으로는 제수는 삼색과일 에 최대한 간소하게 준비하라”고 또 당부를 할 것이다. 나는 명절을 맞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경제사회가 발전하면서 가져다준 현대화 물결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가고 있다. 명절에 가족이 모여 정성 드려 음식을 장만하고 차례를 지내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은혜를 보답하는 마음가짐과 차례 주(酒)를 주고받으며 덕담(德談)을 나누고 가족의 화목을 돋답게하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 하나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요즈음에 제사를 모시는 아들 내외에게 다시 한 번 더 고마움을 전하며 이는 누구를 위함이 아니라 나를 위하고 내 가족을 위함임을 마음에 담아 주기를 바라며 후일에 꼭 관행(慣行)과 관습(慣習)에 구애(狗礙)받지 말기를 부언한다. 오늘따라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객지에 나가있는 자식을 기대리시느라 밖에서 서성이시던 아버님 모습, 자식들 먹이시려고 힘드시는 줄 모르시고 밤새 엿을 고고 떡과 음식을 만드시던 어머님, 철없는 자식은 어머님은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사 철이나 서 효도를 하려하나 부모님은 계시지를 않습니다. 어머니 뵙고 싶습니다.
2018년 2월 무술년 명절을 맞으면서
註 : 거상(居喪)=상복을 입다 삭망제(朔望祭-名朔望奠)=상중에 있는 집에서 매달 초하루 보름에 제를 올리는 것 고유제(告由祭)=중대한 일을 사당이나 신명에게 알리는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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