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우(喜雨)
최승범(1931~)
호박잎 비 듣는 소리
휘몰이 장단이다
-어 시원하다
-어 시원하다
목이 탄 푸성귀들은
신 바람에 자지러진다.
-우리시대 현대시조100인선.
사람이 시고,시가 사람.
휘몰이 장단처럼 시원한 작품이다.시인의 귀는 가뭄에 목이 탄 푸성귀들이
비를 맞아 신바람에 자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두보의 시 '봄 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春夜喜雨)'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내리니/봄을 맞아 만물이
싹을 티운다(好雨知時節/當春乃發生)'의 세계를 연상 시킨다.1,300년을 격
하고 있는 두 시인의 만남이 새롭다.중장에서 약간의 변형을 꾀했다.그는
절장시조,양장시조도 시도 하였다.
선비의 품격을 보여주는 최승범 시인은 신석정 시인의 맏사위이다.신 시인
이 '일림아 촛불을 켜라'라고 읊었던 신일림 여사가 부인인데 지난달 작고
하셨다.
그의 시조는 그의 생활처럼 진실되고 성실하다.그 진실성이 '등불로 걸려있
는 내 마음의 고향은 봄빛깔이다'{고향-1) 같은 탁월한 표현을 이끌어낸다.
사람이 시고,시가 사람이라는 것을 그에 이르러 공감한다.전주에서 그의 호
를 딴 고하문학관을 외로이 지키고 있다.==유지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