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희우(喜雨) /최승범(1931~) HG.Park

고향 길 2020. 5. 25. 10:28

희우(喜雨)

최승범(1931~)

 

호박잎 비 듣는 소리

휘몰이 장단이다

-어 시원하다

-어 시원하다

목이 탄 푸성귀들은

신 바람에 자지러진다.

-우리시대 현대시조100인선.

 

사람이 시고,시가 사람.

휘몰이 장단처럼 시원한 작품이다.시인의 귀는 가뭄에 목이 탄 푸성귀들이

 

비를 맞아 신바람에 자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두보의 시 '봄 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春夜喜雨)'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내리니/봄을 맞아 만물이

 

싹을 티운다(好雨知時節/當春乃發生)'의 세계를 연상 시킨다.1,300년을 격

 

하고 있는 두 시인의 만남이 새롭다.중장에서 약간의 변형을 꾀했다.그는

 

절장시조,양장시조도 시도 하였다.

 

선비의 품격을 보여주는 최승범 시인은 신석정 시인의 맏사위이다.신 시인

 

이 '일림아 촛불을 켜라'라고 읊었던 신일림 여사가 부인인데 지난달 작고

하셨다.

 

그의 시조는 그의 생활처럼 진실되고 성실하다.그 진실성이 '등불로 걸려있

 

는 내 마음의 고향은 봄빛깔이다'{고향-1) 같은 탁월한 표현을 이끌어낸다.

 

사람이 시고,시가 사람이라는 것을 그에 이르러 공감한다.전주에서 그의 호

 

를 딴 고하문학관을 외로이 지키고 있다.==유지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