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새벽 다섯 시,창문을 여니 맞은편으로 빨간 지붕의 축사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우리 안에서는 어린 양들의 매에--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른다.
목리마을의 하루는 양유 짜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둘러 앞장 서는 남편의 뒤를 따라 새끼 양에게 물릴 젖병 바구니를 들고 나선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피는 꽃이라서 이슬초인가.
현관 앞에 무더기로 핀 이슬초가 일제히 아침문안을 건네 온다.
한결같이 해맑고 신선한 표정들이디.새벽 공기가 상큼 하다
남편이 부지런히 어미양의 젓을 짜고 있는 동안 나는 마른 밀짚을 한 아름씩
날라다가 우리 앞에 길게 늘어 놓는다.
양들이 철망사이로 한줄기씩 쏙쏙 뽑아 당겨 사각사각 씹는 소리가 경쾌하다.
한편,훨씬 커져버린 양들 사이엔 제법 힘겨루기에 재미를 붙여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끊임없이 모색하고 사도하는 삶이랄까---?
슬쩍 과시도 해 가며 자신을 시험 해 보는 수련기 같다.그러나 아주 성숙해 버린 어린 양들
사이엔 문제가 심각하다.머리를 드리 미는 소리가 사뭇 무겁고 험악하다.
'뿔'의 존재가 양들에게 힘의 상징이라면 인간에겐 무엇이 힘의 상징이랄 수있을까?.
점점 복잡해 가는 삶의 현실 속에 음성적인 힘의 상징들은 위기 의식을 불러일으키기만 한
다. 사회를 어둠속으로 몰아갈 뿐이다.
약자는 보호 받을 수 밖에 없으니,내 품에 안긴것은 암놈인즉 아직 뿔이래야
연 핑크빛이 돌 정도로 손톱 끝많금 보일 듯 말 듯 하여 세상 밖을 나올까 말
까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다.===중약===
모처럼 휴식의 시간이다.입을 꽉 다문채의 긍,내 얼굴을 바라 본다.
고집이라 써 붙이고 사는 사람 같다.쉬운 길을 두고도 일부러 고생을 사서 해가며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는---.전원생활에 뿌리 깊이 빠져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고행을 자처한 수도승 같다 라고나 할까---.===중약===
"이렇게 비오는 날,누워서 빗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진 않군" 시종일관 일벌래
인양 몰두하던 남편에게서 흘러나온 한마디에 한줄기 낭만이 묻어온다.
"아니,당신에게도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구석이 남아 있수?"
"드르렁" 갑자기 코고는 소리에 콧등을 꽉 누른다.더욱 세게 퍼붇는 소나기
소리에 목리의 한여름이 파묻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