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대처의 인간훈장 1990.11.24
평생을 한속에 살아온 사도세자빈 혜경궁 홍씨는 그의 한중록 에서 그의 친정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선비께서는 비록 재상집의 종부였으나 옥패물 하나가 없었고, 나들이 옷도 단 한벌밖에 없었다. 그래서 때가 묻으면 밤에 손수 빠시곤 했다. 바느질과 길쌈으로 밤을 곧잘 새웠기로 늙고 젊은 종들이 밤을 새워 일하는 것을 보고 괴로워 할까봐 창호에 검은 보를 가리어 불빛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고 일하셨다. 재상집의 종부일뿐 아니라 왕세자의 장모이기도 하여 부귀를 누리려 들면 팔도에서 으뜸일텐데도 겸허하게 부덕을 지키고 있음이 인상적이다. 굳이 역사적인 규방인물을 새삼 거론하는 뜻은 용기있는 사퇴를 하여 각광을 받고 있는 대처 영국 총리의 인간적인 측면이 이 세자빈의 친정 어머니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다. 이 세상에서 제일 바쁜 여인 으로 선출된 대처였다. 그 대처에게 외출복이 몇벌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그 바쁜 여인이 손수 그 옷을 빨아 입었다는 대처다. 그녀는 쌍둥이의 어머니이다. 겨우 백일지난 그 쌍둥이를 혼자서 기르면서 변호사자격을 따낸 분이다. 그 변호사시절,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온 대처는 밀려있는 가사를 밤늦도록 하는데 식구들이 괴로워할까봐 복도의 등을 끄고 부엌의 커튼을 내려 바깥에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서 일을 했다 하니 혜경궁의 선비와 막상막하의 부덕이 아닐 수 없다. 수년전 일이다. 대처의 딸 캐럴이 런던에 방 두개짜리의 작은 집을 빌려 집들이를 했을때 일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바쁜 여인인 어머니 대처는 그 딸네 집에 가서 손수 의자위에 올라서서 도배를 하고 페인트 칠을 해주었던 것이다. 도배질이 정치보다 힘들었지만,풀칠하고 색칠하는 손가락끝에 전수되는 행복감은 정치에서 얻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내 대처로서도 소홀하지는 않았다. 그는 파트타임의 파출부 한사람만의 도움으로 남편의 아침 식사를 손수 마련함으로써 손맛깔로 이어지는 부부의 정을 유지하였다."우리 집은 보통가정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정이 오가는 시간이 다른 보통가정에 비해 적을 따름이다. " 사퇴에 즈음하여 여론은 대처에게 세개의 훈장을 달아 주고 있다. 영국병을 고친 훈장,포클랜드전쟁을 승리로 이끈 훈장, 추락한 대영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훈장이 그것이다. 이 세개의 훈장이외에 부가되어야할 훈장이 몇개 더 있다. 동서고금의 권력자들이 연연하여 죽을 쑤던 그 권좌로부터의 용퇴훈장이 그 하나요,그 바쁜 와중에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역할을 해낸 훈김나는 인간훈장이 그 다른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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