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생 각 / 정 철 카피라이터

고향 길 2020. 7. 29. 06:51

 생각

머릿 속에 있는 것.아직 꺼내지 않은 것.그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꺼내서는 안되는 것.한 문장이 어렵다면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얺은

것이다.그 곳에 그대로.

[사람 사전]은 '생각'을 이렇게 풀었다.생각은 가능성이다.머리속을 유영할

때까지는 가능성이다.김수영의 문장이 될수도,정태춘의 노랫말이 될수도

무한한 가능성이다.

그러나 생각이 조급을 만나는 순간 가능성은 부서지고, 그 파편들은 설익은

형태로 바같으로 튀어나온다.입을 통해 나오는 그것을 말이라 하고,손끝을

통해서 나오는 그것을 글이라 한다.조급에게 등 떠밀려 바깥 세상으로 나오

는 그것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된다.누구에게도 감흥을 주지 못

하는 글이 된다.

글은 그나마 기회가 있다.생각을 종이위로 옮기는 동안 수십번 정제가 허

된다.지우개의 도움을 잘 받으면 펑퍼짐한 생각이 제법 뾰족한 생각으로 바

뀌기도 한다.그러나 말에겐 기회가 없다.일수불퇴다.말(言)은 달리는 말(馬)

을 닮았다.경마장 말처럼 문만 열리면 뛰어나가려는 본능이 있다.그러나 혀

끝에서 말이 꿈틀 거릴 땐 무심코 입을 벌리지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입을 벌

리는 순간 녀석은 이미 누군가의 귀에 도착해 있을테니,웬민하면 하품도 금지.

잘익은 누군가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기다림이다.세상 모든것이 그렇듯 생

각도 시간을 먹고 어른이 된다.좋은 말도 시간이 하고 좋은 글도 시간이 쓴다.

-정철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