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은산이 단톡방 무주회에 포스트한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 는 글을 읽어보니 완성된 퇴고가 아닌듯 싶어" 속히 완성 시키길 독촉 했었다. 근래 은산이 올린 글 중 가장 내용이 알차 Blog에 올리려고 그리 했던건데 오늘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메일이 도착했다.
牛步兄 명절은 잘 보내셨오?
카톡을 통해서 근황은 잘 알고 있으나 만난지가 참 오래 되었습니다
부러운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 가고 싶으나 여의치가 않아 마음 뿐입니다
미완성의 글을 보시고 끝을 맺으라는 말씀 고맙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구려
우리 나이에 아픈곳이 나오면 지워지지가 않는군요
건강을 기원합니다
은산 드림
-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
우리 집에는 옥탑에 4평 남짓한 정원(庭園)이 있다. 나는 이 정원에다 계절에 따라 꽃도 심고 채소도 심으면서 삶을 느껴본다. 금년에는 부추 상추 쑥갓 당귀 고추와 가지 도마도 대파와 쪽파를 심고 수세미와 국화꽃 담쟁이를 올렸다. 모종을 심다가 남으면 화분에도 심는다.
이제 배추 모종을 심으려고 한다.
식구가 두 사람뿐이라 고추나 가지는 네다섯 뿌리만 심어도 충분하다. 성경 말씀에 “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말씀과 같이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거름이 약한 듯싶으면 퇴비를 사다가 뿌려주고 김을 매어 주면 작물은 반드시 이에 보답을 해 준다. 해마다 수세미 두어 뿌리를 심어 친환경 주방 행주로 사용하고 있다. 금년에는 두 뿌리를 심어 한 뿌리에는 수세미 세 개가 매달려 거두었으나 한 뿌리는 잎만 무성 한 채 열매도 없이 넝쿨이 지붕위 안테나를 타고 올라가 어수선 하기만 하다. 몇 번을 잘라 버리려고 하였으나 “저것도 한철을 사는 생물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며칠 전 무심코 올려다보니 저게 왼 일인가 싶을 정도로 수세미 세 개가 아주 실하게 매달려 있다 무관심속에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속단(速斷)으로 잘라 버렸더라면...
문득 어느 책에서 읽은 글귀가 생각난다. “담 밑에 피는 담쟁이도 이름 없는 들꽃도 그 역할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제몫의 역할이 있음을 잊지 말고 풀뿌리 하나라도 소홀히 대하지 말라는 이야기 일 것이다.
정원을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 또 하나가 있다.
20여 년 전 집을 지을 때 건축 공사를 맡은 사장의 이야기다. 정원을 만들면서 흙을 갖다 부울 때 사실 나는 흙을 가져다 붇는구나 하였을 뿐 흙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 이후 해를 거듭 할수록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정원에 흙으로서는 최상급인 마사토를 가져다 부었던 것이다. 마사토(磨沙土)는 물이 잘빠지고 뿌리가 잘 내려 작물이 잘되는 최상급의 흙인 것이다. 잡토(雜土)나 진흙을 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가?
4평 남짓의 정원에 흙은 우리 부부에게 매년 친환경의 채소를 주고,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건축 공사 사장은 성철 스님의 화두였다는 불기자심(不欺自心)(자기 마음을 속이지 마라)을 몸소 실행에 옮긴 사람이다. 원거리에 구하기도 쉽지 않고 비용이 더 드는 마사토를 구해 정원을 만들어 준 건축사장이다 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건축주 이지만 자기의 마음을 속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혼탁하고 앞뒤가 없는 사회 인듯해도 곳곳에 묵묵히 자기 본분을 지키고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어 내일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젊어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하나 둘 셋 넷이 보인다.
삶은 혼자서는 살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또 나도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산다. 더불어 사는 것이다 가만히 드려다 보면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는 나도 모르게 귀한 것을 귀 한줄 모르고 헛되게 살지를 않는 가 뒤 돌아보면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1. 9. . 은산 정 광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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