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향(千里香)의 향기 정 광 남 봄이 오는 소식이다 어느새 천리향의 꽃망울이 피기 시작한다. 며칠 후면 그 향기에 취해 볼 것이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천리향 나무 두 그루를 화분에 키우면서 많은 삶의 진리를 배우고 있다 천리향의 원명은 상서러운 향기라고 해서 서향(瑞香)나무라고도 하며 그 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해서 천리향 이라고도 한다. 천리향나무는 다년생의 상록수로 그 잎이나 생김새가 관상목으로 환영을 받을 만큼 잘 생긴 나무는 아니다 그러나 그 향기는 어느 꽃의 향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향기가 그윽하고 은은하며 진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밖에 나갔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온 집안에 퍼져 있는 은은한 향기는 청결함과 활력을 불어 주는듯하여 어느 꽃향기보다도 나는 좋아한다. 또 천리향은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계절에 변함이 없이 한결 같음을 나는 느낀다. 적정한 동면(冬眠)기를 거치지 않으면 꽃을 개화하지 않는 것도 순리에 따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직이 동면을 시작하면 시작한 만큼 개화기를 당겨 주는 것도 그렇고 정성 드려 분갈이를 하고 걸음을 주고 물을 주면 정성을 드린 만큼 보답을 하는 것도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한다. 꽃망울도 욕심이 많아 꽃망울을 많이 실은 나무는 식솔을 다 거느리지 못하고 개화하기 전에 떨어지는가 하면 꽃이 피어서도 그 빛(眞價)을 다하지 못하고 만다. 처음부터 자기가 가질 만큼 꽃망울을 실어 피는 꽃은 그 꽃도 아름다움을 다해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고 찬사를 보내게 한다. 그뿐이 아니다 자기의 역량을 잘 알고 한해에 꽃을 많이 피우면 한 해는 꽃을 줄인다. 이것이 음양의 이치 일 것이다 한 구루의 꽃나무를 키워 꽃을 보면서 시골 어느 촌로(村老)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나는 크게 가진 것은 없어도 부러운 것 없이 행복하다는 말과, 걸음 한 짝 내지 않고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놈은 도적놈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번 되새겨 볼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하며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나를 숙연하게 한다. 나는 과연 잘 살아 왔으며 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는 것인가 한해 한해를 더해 가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하나 둘 보이면서 때로는 자괴(自愧)감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을미년 새해를 맞이하여 새롭게 다짐을 해본다.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천리향의 향기처럼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삶을 사는 사람, 내 진정 진솔한 글다운 글을 써서 가까운 이웃과 나누워 읽어 볼 수 있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을 해보고자 한다. 乙未年 元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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