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사 모

묵은 숙제 / 갯 돌 김홍훈

고향 길 2019. 2. 17. 15:53

 

 

묵은 숙제

 

 

주변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베란다 광문을 열었을 때

첫눈에 띈 먼지 쓴 부조작품浮彫作品

 

1999년에 만들다 그만둔 

10년 묵은 미완성품

애송이 세 딸 거기 있었다

 

인도산印度産 나무로

하도 단단하고 질겨

칼질이 힘들었던 붉은색 나무판

 

조각도 놓은 지 오래지만

망설임 없이 칼을 들었다

1000번짜리 숫돌 옆에 끼고

 

이틀을 주무르고 나니

손 몸살이 오고 허리도 꼬이고

하지만 묵은 숙제 푸는 맛이 쏠쏠했다

 

42년 전 겨울관악산의 추억과

이젠 금메달이라 부러워들 하는

오십 줄의 세 딸 사랑은 덤으로 치고

 

 

2019.02.03. 갯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