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戊戌年 한해를 보내면서……
한해가 저물어 12월이다. 새해를 맞이한 제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해가 훌쩍 지나가 마음을 스산하게 한다. 나라 안-밖으로도 정치 사회 경재 국방 외교까지 어느 것 하나 편안한 날이 없었던 한해다. 나 또한 하는 것도 없이 마음과 몸이 바빴으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은 없다 봄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서 일가? 무엇인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거울에 비추어진 얼굴, 지난 삶을 살아온 인생 계급장, 나이를 먹어서 일가? 일 년 사이에 많이 여위고 달라져 가는 모습이다. 그 뿐이 아니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삐걱대는 소리다. 너 나 할 것 없이 자식들은 나가 살고 늙은이 둘이서 산다. 밥을 해 먹는 것도 먹는 것 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고 이제는 해먹는 것도 귀찮아서 대부분 나가 사먹지만 매식도 점점 맛이 있어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는 부모가 늙으면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당연지사 이었으나 이제는 먼 나라 꿈같은 이야기다. 자식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바쁘게 산다.
자식들이 있어 마음에 울타리가 되고 손자 손녀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애들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안위(安慰)를 한다. 지금은 그런대로 산다. 더 나이를 먹어서는 어떻게 살아야하나 현시대 노인들의 고민이다. 아프지 말고 늙은 부부가 서로 의지해서 손 꼭 잡고 살아야 한다. 이제는 건강도 예전 같지가 않다. 마음으로 살지 말고 몸으로 살라는 이야기를 귀에 달고 살아야 한다. 창가에 나뭇잎이 하나 마지막 잎사귀인양 떨어져 날린다. 식물학자에게 들은 이야기로 나뭇잎은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잎이 떨어질 자리에 보호막을 바르기(코팅) 시작하여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보호막이 다 되었을 때 잎을 떨구어 겨울을 난다고 한다. 식물이면서도 이 얼마나 지혜로운 일인가? 나는 과연 나이 먹은 늙은이가 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준비도 되기 전에 나를 스스로 체념하고 나태(懶怠)하고 서둘러 노인행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일 년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 것 같다. 집사람의 건강과 교통사고등 크고 작은 일이야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날이 그날 편안한 것만을 추구해 천년만년 살 것처럼 목전에 일을 뒤로 미루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본다.
내 삶에 여생(餘生)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해가 거듭 될수록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난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나고 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로 거역할 수도 거역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며칠 후면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이한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크게 욕심 부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일에 우선순위에 따라 반드시 실천해보자. 하루하루가 귀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내 가족부터 그리고 내가 아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추억(追憶)을 만들어 보자. 지난 젊은 시절 살기가 바쁘고 넉넉지가 않았어도 행복하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애들에게 짜장면 한 그릇, 통닭 한 마리도 맛있어 하고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좋은 장소 좋은 음식이 아니더라도 그간에 소원(疎遠)했던 친구들, 주변의 지인들을 만나 차(茶)라도 한잔 나누는 추억을 간직해보자. 얼마 전 몸이 불편해 병원을 들르니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지병으로 살라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 노쇠(老衰)하면 아픈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노인이 몸이 안 좋아 지는 것은 자연현상(自然現象)으로 인위적(人爲的)으로는 어찌할수 없는 일, 병고(病苦)도 친구삼아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진정(眞正)한 노인(老人), 매사를 순응(順應)해 가면서 노인다운 노인이 되도록 노력 해보자. 그래서 멋과 향기(香氣)를 풍기는 늙은이가 되도록 다짐을 해본다.
2018. 12 은산 정 광 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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