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호형 메일을 들어 온제가 오래 되었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군요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3월마저도 저물었습니다
오늘 나가보니 양재천 벗꽃도 만개하였습니다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날이기를 바랍니다
며칠전 여행을 하려다 못하고 연천을 다녀 오면서 지난 시간들을 너무나도 준비가 없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한번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남은 여생이라도 준비된 삶을 살고 싶은데 또 마음 뿐이지 않을가 생각합니다
편히 쉬시오
ㅡ 준비된 삶 ㅡ
2021. 3, 23일 어제 비가 온 후라서 그런지 하늘이 높고 푸르다. 어디 여행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방 하나를 챙겨들고 집을 나서 경부선 고속도로를 진입한다. 어디로 갈 가? 얼마 전 TV에서 여수 고흥 간에 연륙교가 개통되어 그 주변의 경관이 수려하다고 소개된 것이 생각 나 여수로 목적지를 정한다. 한참을 주행하다가 옆자리의 집사람을 살피니 장거리 여행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민을 하다가 다음기회로 밀고 수원 나들목에서 되돌아섰다.
시간이 많이 경과되었다. 어디 가까운 곳이 없을까,
KBS “김영철의 동래 한바퀴”에 소개된 연천군 전곡읍소재 “임진강 휴게소 어부식당” 으로 목적지를 변경 차를 몰았다. 길 양옆으로 펼쳐진 봄의 향연은 너무도 아름다운 봄나들이 길이다. 소요시간 1시간 20여분 목적지에 도착하니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참을 기대려 방문자 명단에 서명을 하고 자리를 정해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주 메뉴로는 “어제비탕”이라고 소개되고 있으나 먼 거리였기에 매운탕을 주문했다.
한 참후 주인이 음식을 가지고 와 먼데서 오신 것 같은데 오래 기대리 시게 해서 미안해 특별히 쏘가리와 참게, 메기를 넣었으며 식사는 계산을 안 하기로 하겠습니다. 부족한 것이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생각지도 않은 친절에 싫지가 않았다. 밑반찬 역시 정갈해 입맛이 돋는다. 부글부글 끓는 국물을 한입 넣으니 바로 이 맛이다 우연한 기회가 있어 파주 임진강을 비롯해 인근지역, 멀리는 금강유역과 장수까지 매운탕을 접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집 맛이 으뜸이라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반주를 한두 잔 기우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주인의 맛있게 드셨냐고 하는 배웅의 인사말을 뒤로한 채로 휴식을 취한 후 귀가 길에 올라 생각에 잠긴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불경기라고 난리인데 어떻게 저런 집은 한참을 기대려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을까, “정성으로 만들어져 담겨진 음식이요 진실이 배어나는 친절일 것이다” 불란서 파리 개선문 앞 한정식집 주인이 한말이 생각난다. “음식은 돈을 쫓아가면 음식 맛을 낼 수가 없으며 고객이 음식 맛을 더 잘 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저런 사유로 많은 곳의 맛을 찾아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메모가 내게는 없다. 얼마나 바보스럽고 준비가 없이 살았는지 내가 너무 밉다. 얼마 전 금융위원장을 지낸 김석동씨가 “한 끼 식사의 행복”이라는 책을 냈다는 기사를 보면서 또 한 번 후회와 부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늘의 일을 되새겨 보면서 준비된 삶을 위해 또 다시 내일을 기약해본다
2021.3. 27
은산 정광남 씀
독자 이재호 몇자 남깁니다.
은산이 보내는 봄날의 하루가 수채화 처럼 담백하게 묘사되여 주인공의 인품을 온전히 나타내고 있어 좋았습니다. 마음이 동 할때 간편차림으로 훌적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 글이라 또한 좋았습니다.
여수를 향해 망서림 없이 집을 나서는 그 패기가 부럽고 인생을 여유롭게 즐기고 가꾸는 그 마음이 부럽습니다.
“음식은 돈을 쫓아가면 음식 맛을 낼 수가 없으며 고객이 음식 맛을 더 잘 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저런 사유로 많은 곳의 맛을 찾아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의 메모가 내게는 없다.
오늘의 일을 되새겨 보면서 준비된 삶을 위해 또 다시 내일을 기약해본다
이 정도면 아주 알차게 보낸 하루이고 인생 메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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