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겨울 여행의 맛 -
가방 하나를 챙겨들고 여행길에 나섰다 양양으로 해서 덕구온천 까지 시원한 동해바다나 한 바퀴 돌아 코로나로 움츠려 있는
나를 떨쳐 보고 싶은 마음이다 서울 춘천 양양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안개가 짙어 길이 미끄러움을 느낀다. 조심을 하면서 동
홍천에 다 달으니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드러나 여행하기에 최적의 날씨다 출발 2시간 30여 분만에 양양에 다다르니 천혜의
청정지역이다 시원한 지평선 넘어 까지 코발트색의 동해바다가 펼쳐져 답답했던 가슴이 확 트인다. 백사장의 바닷바람에 머
플러가 날리고 코끝이 싸한 겨울바다 이 맛에 많은 사람들이 겨울 바다를 찾는지도 모른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낙산사 입구
식당가를 찾았으나 코로나 때문인지 인적이 드물어 다시 속초방향 설악산 입구 어촌마을에 들렸다. 그곳 역시 한적하기는 마
찬가지나 여기 저기 살피니 자연산 활어가 펄펄뛴다. 이것저것 골라 한 접시에 50,000원 그 맛이 일품이다 주인아주머니의 호
의에 서비스로 생선구이까지 맛을 보니 인심이 훈훈하다
요즈음 어떠냐고 물으니 주말에는 그런대로 손님이 있으나 또 거리두기를 하면 걱정이라고 땅이 꺼진다. 언제나 이 한숨이 지
워질까? 양양은 아주 오래전 낙산사 방문 시 머물렀던 곳으로
많이 변했고 비교적 도시가 깨끗하다 멀리서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 와서는 부딪치고 부딪치고는 밀려가고 철썩 철썩 부딪치
는 파도 소리는 다시 오겠다는 약속인 듯 가서는 다시 오는데 우리의 삶은 기약이 없다
어느새 해가 서산에 걸린다. 집사람 표정을 살피니 피곤한 모습이다 서울로 가자고 한다.
여행도 건강이 따라 주어야 하는데..... 그래 집으로 가자 서둘러서 한계령으로 핸들을 돌린다. 시간으로는 양양 고속도로가
빠르나 계속되는 터널로 운치가 없다 한계령 길에 접어드니 夕陽에 비치는 남설악의 峻嶺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은 한 폭
의 그림이다 여행은 바로 이런 맛이다. 어찌 사람이 이런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을까? 울창한 숲으로 가려졌던 나무는 옷을 벗
어 속살을 들어내니 秀麗한 모습 그대로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사람도 온갖 허물로 가리어진 모습을 훌훌 벗어 버리고
다시 옷을 입어 볼 수는 없을까? 裸木 그대로의 모습처럼 말이다.
길 양 옆으로 이따금씩 모여진 마을의 모습도 몇 년 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여행의 정취를 더해준다 어수선 했던 집 주변
도 많이 정돈되어 깨끗함을 더해주고 지붕마저도 형형색색으로 칠해져 어디 외국여행 길처럼 아름답다. 같은 모습도 아름답
다 하면 아름다워지는 것일까 여행은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가고 오는 길에 펼쳐지는 자연환경이 자기 삶속으로 되돌려 주는
기회가 되어 좋다 자연환경은 나의 스승이다 이 나이에 누가 있어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돌이켜 보게 하겠는가? 어느새 한계
령 휴게소에 다다른다. 피곤에 지쳐 이 아름다음을 가슴에 다 담지 못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잘해 주어야 하는데
살다보니 마음 같지가 않다 서울에서 보지 못한 산 위와 길 양 옆의 殘雪을 바라보면서 辛丑年 끝자락의 여행길을 여기서 접
는다.
嚴冬雪寒에도 봄은 기다리고 忍苦의 시간은 봄을 얻기 위한 고통이란 말을 되새겨 본다.
2021. 12. 17
은산 정광남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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