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山 鄭光男 에세이

- 壬寅年의 작은 소망 -

고향 길 2022. 2. 3. 06:03

 

- 壬寅年의 작은 소망 -

 

壬寅年의 정월 초하루 새벽이다 밖에는 눈이 소복이 내려있다 서설(瑞雪)이다 금년에는 코로나도 소멸되고 좋은 일들만 있을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30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스크랩해둔 신문을 찾아 읽는다. 조선일보 뉴스부장 김윤덕의 수필이다. 나는 김윤덕의 글은 빼놓지 않고 찾아 읽는다. 문체가 간결해 읽기가 편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서정적 이고 구수하고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드려내 보이고 있어 시간여행에도 좋다

오늘 읽는 글은 “소망식당의 4,000원의 행복” 이라는 글이다 글의 내용은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주인장이 1945년 생으로 10년 전 식당을 개업하면서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 하였다고 한다. 노부부는 신문을 보면서 배우는 게 너무 많아 신문은 선생님이 되었다는 글을 써서 김윤덕 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김윤덕은 답장을 한다고 하면서도 어영부영 해를 넘기게 되어 차제에 식당을 직접 찾아 가는 내용의 글이다 코로나로 하루 매상이 1만 6,000원이라며 저녁 장사를 못해 대낮에 문을 닫으며 헛헛할 때 눈물 콧물에 웃음소리가 왁자한 당신 글이 마음을 달래주었다고 하면서, “까짓것 장사가 좀 안되면 워뗘 내가 굶어 죽냐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잖여‘ ”내일이” 라고 외쳤다고도 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손님은 두 사람뿐 연탄불에 보리차가 끓고 메뉴는 우거지 국밥 딱 한 가지 여름에는 콩국수와 보리밥이 추가되며 값은 똑같이 4,000원 이라고 한다. 이렇게 팔면 남는 게 없지 않느냐고 물으니 두 노인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며 웃더란다. 반찬은 배추 겉절이에 깍두기, 선지가 듬뿍 들어간 국밥은 담백하고 고소해 맛있게 먹었단다. 밥값 계산을 한 후 제가 편지를 받은 김윤덕이라고 하니 놀래면서 못 알아봐 미안하단다. 이야기꽃을 피우고 올라올 채비를 하니 줄 것이 이것 밖에 없다며 배추 겉절이를 한사코 싸주어 가지고 왔단다. 배웅해주는 할아버지에게 새해 소망을 물으니 “작년 작년에 작년 것이 금년의 소망이지요. 하더란다. 작가는 시인 김광섭의 詩 소망 “ 비가 멎기를 기다려/ 바람이 자기를 기다려/ 해를 보는 거예요/를 끝으로 글을 맺는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해본다. 글은 삶의 체험에서 오는 글이 피부에 와 닿는다는 것과, 코로나가 온 세상을 뒤덮어 장사가 잘 안 돼도 “내일이 있잖여” 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연탄불에 보리차가 끓는 것은 고객에 대한 정성이요 예의다. 내 집을 찾아주는 고객에게 정성이 부족했던 것은 없었는지 되새겨 보면 어떨까 한다. 나는 행복은 큰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새겨본다. 나 역시 고령이다 배웅을 하는 할아버지의 소망이 내 소망이다 금년 한해 애들이 소망하는 대로 잘 지내기 바라며, 우리부부 사는 날까지 더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더 바램은 김윤덕 부장의 글은 못돼도 맛깔스런 글을 몇 편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날이 훤히 밝아온다 나가서 눈을 쓸어야 하겠다. 지나가는 행인이 넘어지면 안 되니까

 

-김광섭의 소망-

비가 멎기를 기다려/ 바람이 자기를 기다려/ 해를 보는 거예요/ 푸른 하늘이 얼마나 넓은가는/시로서 재며 사는 거예요/ 밤에 뜨는 별은/ 바다 깊이를 아는 가슴으로 헤는 거예요/젊어서 크던 희망이 줄어서/ 착실하게 작은 소망이 되는 것이/ 고이 늙는 법이예요/ 1905~1977

 

2022. 2. 1일

                    은산 정광남 씀